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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조혈모세포 기증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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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때 주기적으로 헌혈을 했었다

뭔가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실천하긴 어려웠고, 내 기준에서 가장 쉽게 도울 수 있는 방법이 헌혈이었다

그러다 조혈모세포 기증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만약 나와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4년에 신청을 해두었다

비혈연간 조혈모세포가 정확하게 일치할 확률이 20000분의 1이라고 하니 사실 맞는 사람이 나올거란 생각을 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신청을 했었다 

 

그리고 약 5년 뒤,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조혈모세포협회에서 연락을 주고 기증 진행 여부는 본인의 결정 및 가족들의 동의를 받은 후 진행되었다

생각보다 본인의 의지가 있어도 가족의 반대로 인해 진행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환자 신상은 알 수 없으나 나와 나이가 비슷한 백혈병 환자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고, 비슷한 나이의 청년에게 도움이 되고자 기증을 진행하기로 했다

만약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고자 알아보시는 분들이 이 포스팅을 본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자세히 기록해보았다

 

1. 유전자 확인 검사

희망자 등록시 분석되었던 유전자형이 일치하는지 다시 확인하기 위해 한번 더 채혈을 했다

코디네이터분이 직접 회사까지 방문하여 채혈이 진행되었고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온 후 기증 절차가 진행되었다

 

2. 건강검진

오전 반차를 사용하고 검진을 하러 정해진 병원에 다녀왔다

협회에서 담당자분이 동행하여 진행되었으며, 수납 등은 대신 진행해주어 내가 신경쓸건 하나도 없었다

건강검진은 약 한시간정도 진행되었다

 

<건강검진 항목>

기증을 위한 혈관 확인(만약 양쪽 팔에 채집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부위에서 채집을 해야할 수도 있다고 한다)

혈압 측정

혈액 검사 (작은 통으로 약 10개정도 채혈)

심전도 측정

흉부 검사

의사 진료

 

3. 조혈모세포성장인자(G-CSF) 주사

G-CSF 주사는 골수에서 말초혈로 조혈모세포가 방출하는 촉진 주사이다

입원날짜가 정해지고 3일 전부터 하루 한번씩 피하주사를 맞아야 한다

입원하는 병원에서 진행을 하면 좋겠지만, 나는 회사 업무로 인해 매일 입원 병원으로 향할 수가 없었고 협회에서 근처 병원을 알아봐주어 가까운 병원에서 촉진제 주사를 투여받았다

덕분에 살면서 처음으로 응급실을 방문해보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출장에서 조금만 늦게 복귀했으면 병원도 못갈뻔했다

 

<촉진제 주사 투여 후기>

첫번째 주사 투여 후

심리적으로 불안했는지 일찍 잠이 들었다

온 몸이 뻐근한 느낌이 들었지만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업무에 피해가 갈까 타이레놀을 두 알 먹었다

 

두번째 주사 투여 후

주사를 맞는데 통증이 심했다

척추 뼈를 콕콕 쑤시는 느낌이 들고 특히 팔도 뻐근했다

타이레놀을 네 알 더 먹었다

 

세번째 주사 투여 후

통증은 둘째 날과 비슷했지만 익숙해져서 그런지 참을만 했다

타이레놀은 더 먹진 않았다

 

4. 입원 및 조혈모세포 기증

오후 네시쯤 입원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면회도 전면 제한되어 병원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우리 회사의 경우 입원기간은 공가로 처리해주었는데, 회사마다 적용되는 기준은 다르다고 한다

 

병실은 1인실로 배정을 받았으며, 코디네이터분이 간식 및 세면도구 등을 준비해주었다

입원 관련하여도 코디네이터 분이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입원 절차를 진행 후 네번째 주사를 투여받았다

역시 통증은 조금 있었지만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입원 첫 날은 촉진제 주사 투여 외에 다른 검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생전 첫 입원이라 이것저것 많이 준비해갔는데, 편하게 쉬면서 기증을 준비했다

 

긴장이 되었는지 잠이 오지 않아 두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새벽 다섯시쯤 간호사분이 오셔서 수액을 넣어주셨고, 여섯시쯤 채혈을 진행했다

아침에 혈액검사를 한 결과가 확인된 후 기증이 진행되었고, 오전 아홉시 반쯤 기증을 하러 채혈실로 내려갔다

약 네시간정도 진행되어 두시쯤 기증이 끝났다

 

한쪽 팔에서 채혈이 진행되고 기계에서 조혈모세포만 추출한 후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은 반대쪽 팔로 다시 넣어준다

추출하는 팔은 움직일 수 없지만 다른 팔은 움직일 수 있어서 핸드폰도 사용할 수 있다

두시간정도는 자고 두시간정도는 어떻게 어떻게 지나갔다 

 

5. 퇴원 

만약 둘째날 채취한 조혈모세포가 부족하면 추가 채혈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추가 채혈은 진행하지 않았다

열한시쯤 퇴원수속을 밟았다

퇴원 수속 역시 협회 코디네이터분이 진행해주셨다 

 

기증 후 피곤함, 어지러움, 체력저하 및 혈소판 감소 등의 증상이 있다고 했는데, 나는 유난히 더 피곤하다던가 하는 증상은 없었다

다만 혈소판 감소로 인해 쉽게 멍이 든다고 하더니 나도 모르는 새에 여러군데 멍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2주 뒤 다시 입원했던 병원에 방문하여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혈액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좋은 일을 하고 돌아왔더니 하늘에서 선물을 내려준 것 처럼 눈이 예쁘게 내렸다

기증 후 한달은 지나야 환자에게 제대로 생착되었는 지 알 수 있다고 하는데 부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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